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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ley] 스튜디오 세나클 홍지현 실장 인터뷰 & Manley Reference Cardioid 리뷰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홍: 스튜디오 세나클의 홍지현 실장입니다. 주로 재즈, 클래식, 바로크 음악 등을 녹음해 왔고, 다큐먼트 이네비터블(Documents Inevitable)이라는 레이블을 만들어 음반 프로듀서로도 활동해 왔습니다. 그렇게 엔지니어로 또 프로듀서로 국내외의 다양한 음반사들과 일하며 한동안 프리랜서로 생활하던 중 이곳 세나클의 권영훈 대표님을 우연히 만나 스튜디오 시공에 참여하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스튜디오를 구상하고 계셨기에 제게 자문을 구하셨던 건데 어쩌다 직접 공사도 하고 또 결국 녹음실장으로 취직까지 해 버렸네요. 손수 만든 공간이라 더 애착도 가고, 무엇보다 대표님이 참 좋은 분이시라 계속 함께 일하고 싶었습니다


2. ‘Cenacle’ 익숙하지 않은 단어인데 무슨 뜻이며, 스튜디오 이름을 이 같이 한 이유가 있을까요?

홍: ‘다락방’이라는 뜻입니다. 보시다시피 6층 건물의 최상층에 녹음실을 만들었습니다. 양재천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죠. 어원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성경 속 ‘최후의 만찬’의 배경이 된 다락방에 있습니다. 라틴어로 ‘체나’가 저녁 식사를, ‘쿨룸’이 방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체나쿨룸’이 됐고, 이태리어로는 ‘체나콜로’, 또 프랑스어와 영어로는 ‘세나클’이 됐습니다. ‘스튜디오’ 역시 프랑스어로도 영어로도 모두 ‘스튜디오’인 터라 조합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표님께서 신앙심이 매우 깊으시기도 하고, 저희가 주력으로 녹음하는 서양 예술 음악의 역사에서 종교의 영향을 배제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죠.




3. ‘세나클’에서는 전문 레코딩 엔지니어들에게도 어려운 클래식 녹음이 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홍: 우선 제가 어렸을 때, 당시 오디오 애호가이셨던 아버지께서 바로크 음악을 자주 들려주셨습니다. 수년간 매일 아침을 비발디로 시작했죠. 그러다 중학생 때 미디 악기들을 장만해 힙합 음악을 만들기 시작하며 처음 하드 리코딩을 접했고, 음향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방학을 틈타 스튜디오 생활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재즈에 빠져 지내며 기타를 치기 시작해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헤이그 왕립음악원 재즈 과에 진학했는데, 지금은 지휘자로 활약 중인, 세계적인 리코더리스트 권민석 군을 그곳에서 만난 게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그 친구가 아직 국제 콩쿠르들을 휩쓸기 전이었기 때문에 유럽에서의 이런저런 페스티벌 활동을 위한 데모 음원이 필요하다며, 학교에 음향 전공 학생들이 많았음에도 친구인 제게 굳이 녹음을 부탁하더군요. 날라리 학생이긴 했지만 나름 음대생이니 악보도 곧잘 읽고 또 녹음 경험도 제법 있었던 터라 흔쾌히 응했고, 처음부터 생각보다 그리 어렵진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너무 쉬웠죠. 어려서부터 바로크와 클래식 음악 판들을 꾸준히 들었던 것도 도움이 되긴 했겠지만,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알게 된 사실인데, 실은 그게 다 유럽의 훌륭한 공간들과 음악가들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잠시 언급했듯 학교에 음향 전공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의 교육 프로그램과 장비들을 활용할 수 있었고, 제 또 다른 친구인 재즈 베이시스트 루벤 사마마 군이 그 무렵 뉴욕으로 떠나며 G5 아이맥을 비롯한 자신의 장비들을 제게 주고 간 덕분에 여러 도시들을 떠돌며 실내악부터 관현악까지 두루두루 녹음해 볼 수 있었습니다.


4. 최근 작업 했던 곡 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홍: 세나클이 아직 역사가 짧은 데다 완공 무렵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한동안은 운영 자체를 못 했습니다. 기다림 끝에 몇 건의 재밌는 스트리밍 콘서트가 있었고, 그 밖에 리코더리스트 전현호 씨, 바이올리니스트 이한솔 씨, 하프시코디스트 아렌트 흐로스펠트 씨, 그리고 첼리스트 조현근 씨 등의 젊은 바로크 연주자들과 함께했던 녹음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조현근 씨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바로크 첼리스트인데요, ‘첼로의 성서’라 불리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곧 세나클에서 녹음할 예정이라 매우 기대가 큽니다. 현재 애용 중인 맨리 레퍼런스 마이크가 크게 활약할 것 같습니다. 이미 몇 건의 첼로 녹음에 사용해 봤는데, 바로크 악기와 모던 악기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제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첼로 사운드를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참,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씨의 새 싱글 녹음을 어제 막 마쳤습니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도 활동 중이죠. 곧 디지털 음원으로 만나실 수 있다고 하네요. 이 녹음에도 맨리 마이크를 첼로에 사용했습니다.




5. 현재 사용하고 계신 마이크와 장비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홍: 맨리 마이크를 필두로 아직 테스트 중인 여러 마이크들이 있고, 마이크 프리앰프는 Studer 962 콘솔의 채널스트립들을 활용 중이며, 컨버터는 유럽에서부터 벌써 15년 가량 애용 중인 R사의 제품을 신형으로 구입해 설치했습니다. 모니터링 스피커는 상태 좋은 Tannoy SGM(Super Gold Monitor) 10B를 운 좋게 입수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지금의 유닛만 유지한 채, The Mastering Lab의 Doug Sax가 개량한 버전으로 머잖아 업그레이드할 예정입니다. 맨리에서 라이선스를 구입해 ML10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죠. SGM 자체로도 대단히 훌륭한 모니터링 스피커이지만 ML10은 그야말로 금상첨화의 가장 좋은 예일 것입니다.


6. 주로 팝 음악에 사용되는 Manley Reference Cardioid microphone 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

홍: 저희도 팝 음악 녹음을 합니다. ^^ 현대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콘서트홀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봐도 알 수 있듯, 소구경 마이크들이 클래식 음악 녹음 장비의 표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큰 감동을 안겨준 역사적인 클래식 녹음들은 모두 과거의 대구경 진공관 마이크를 사용한 작품들이죠. 유럽에서는 N사나 A사의 옛 명기들을 아직까지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저도 그러한 마이크들로 클래식 음악 녹음을 처음 배웠는데요, 외관이 낡았을 뿐, 오늘날 ‘깨끗함’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여느 정상급 마이크들보다 훨씬 더 투명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물론 저마다 특유의 질감이 있지만 그것은 소리의 존재감으로 귀결되는 부분일 뿐, 필요 이상의 왜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제 경험상 없었습니다. 다만 그러한 마이크들을 이곳에서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고, 설령 구한다 한들 결코 컨디션을 장담할 수 없죠. 관리도 어렵고요. 그런 와중에 맨리의 마이크가 훌륭한 대안이 되었습니다. 믿음직한 수입처를 통해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설령 관리 소홀로 제품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지라도 언제든지 신속하게 도움을 얻을 수 있죠. 




7. Manley Reference Cardioid microphone 와 기존 마이크들과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이며, 특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홍: 흔히 ‘진공관’ 하면 ‘따뜻함’을 많이들 떠올리시는데요, 진공관이 뜨겁기 때문에 실제로 따뜻해지긴 합니다만, 진공관 마이크 고유의 캐릭터가 단지 ‘풍성함’에 있다고 생각하셨다면 그건 큰 착각입니다. 잘 만든 진공관 마이크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스럽고도 섬세한 고역 해상력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팝 음악을 녹음할 때는 대상 악기로부터 내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정확히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클래식 음악의 녹음은 그 공간 전체를 담아내는 작업입니다. 잘 만든 진공관 마이크의 진가는, 즉, 맨리 마이크의 진가는 바로 여기에서 드러납니다. 이 마이크의 눈부신 고역 해상력은 공간의 울림에 예민하게 반응할 뿐 아니라 이를 한층 더 고급스럽게 표현해 줍니다. 더불어, 많은 악기들이 한 공간에서 저마다의 소리를 내는 와중에도 개별 악기 하나하나의 존재감을 아주 또렷하게 포착해 냅니다. 또한, 흔히들 녹음 후에 저역은 줄이고 고역은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 마이크는 그러한 불필요한 수고를 덜어주기까지 합니다.



8.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홍: 저희 세나클의 부스는 계산된 반사와 적절한 흡음으로 자연스럽고도 고급스러운 울림을 구현해, 연주자들이 자신과 서로의 소리를 편안하게 확인하고 가다듬을 수 있는 동시에 인위적인 가공 없이도 최선의 녹음 품질을 얻을 수 있도록 사려 깊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꼭 클래식 음악이 아니더라도 어쿠스틱 녹음이 필요한 모든 분들께 활짝 열려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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